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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속강좌

[이정재 교수]1.민속과 민속학 - 나. 민속학·민족학·인류학의 개념

4,265 2017.11.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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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민속학·민족학·인류학의 개념

1) 인류학과 민족학의 개념

오늘날 인류학처럼 다양한 분과를 가진 학문은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학문 분과가 인류학과 관련을 가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인류학의 이런 추세는 학문의 개별적인 고립성과 독단성을 극복하여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학문 발전을 이루게 하였다. 특히 인류학과 깊은 연관을 갖는 학문이 민속학이다. 민속학도 그 연구 대상이 넓어지면서 점차로 인접 학문과의 중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류학과 민속학은 서로 분명한 학문적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 인류학과 민속학의 이런 분명한 개념과는 달리 인류학과 민족학의 구분은 분명하지 않은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학이 보편적인 인류의 문화를 다루고 있다면, '민족학은 문자를 가지지 않은 원시의 문화만을 주로 다루는 학문'이라고 보편적으로 알려져 왔다. 여기서 문제는 민족학의 개념에 대한 것이다. 이런 식의 개념으로 파악되는 민족학이란 학문은, 외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민족학에 해당하는 원어는 에스놀로지(ethnology)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ethnology라는 용어를 민족학이라 번역을 했고, 그 개념을 위
와 같이 파악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ethnology에 대한 용어 파악과 개념이 모두 수정되어야 한다. 클럭혼(C. Kluckhorn)은 문화인류학(Culture anthropology)이 고고학 (archaeology), 민족지학 (ethnography), 민족학(ethnology), 민속학 (folklore), 사회인류학 (social anthropology), 언어학 (liguistics), 문화와 인성 (culture and personality) 등과 연관이 있다고 하였다. 이는 각주에 밝힌 이두현 외의 저서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
은 '민족학(ethnology)' 부분이다. 곧 ethnology를 민족학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이 분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류학은 민속학과 서로 정보를 주고 받아야 하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리고 민족학도 마찬가지인데 클럭혼이 설명하는 민족학의 정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클럭혼은 ethnology를 '현존하는 세계 민족들의 관습과 문화를 총체적으로 비교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우리가 알고있는 인류학과 전혀 차이가 없다.

여기서 인용된 클럭혼의 분류는 미국식의 학과 분류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분류법은 이와 다르다. 유럽식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맨 위의 상위 개념이 ethnology이고 이 ethnology는 다시 하위의 ethnology와 physical anthropology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 하위의 ethnology는 다시 prehistory와 linguistics 등의 분과로 나뉘어 진다. 이를 보면 미국식의 상위 개념인 culture anthropology의 자리에 유럽에서는 ethnology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 개념은 역시 서로 약간의 차이를 가진다. Ethnology를 이해할 때는 미국식과 유럽식의 분류체계에 따른 개념 차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차이는 크게는 광의와 협의의 개념 차이와 상위와 하위의 개념차이, 대륙간의 개념 차이 등이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크게 구분을 하면 하위의 개념에서 ethnology는 비교인류
학의 개념을 가지고, 상위의 개념으로는 문화인류학의 개념을 가진다고 보면 된다.

결국 ethnology는 보편적인 인류학의 개념이다. 이 용어는 원래 어원적으로 보면 유럽에서 출발한 것이고,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한층 포괄적으로 되어 culture anthroplogy의 개념을 형성하여 간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아직도 '인류학과'의 학칭으로 실제로 ethnology를 사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인류학'를 'ethnologie'로 칭하고 있다. Culture Anthropology 즉 '문화인류학'이란 용어는 미국에서는 '인류학' 즉, ethnology의 상위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즉 기존의 유럽식 인류학과 구분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Ethnology는 인류학으로 번역되었어야 옳다.

'Ethnology'는 앞에서 밝혔듯이 '민족학'으로 번역할 수 없다. 비록 그렇게 번역했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는 비교인류학이나 문화인류학의 개념이 되어야 한다. 민족학을 '문자가 없는 미개인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이해했던 기존의 관점은 수정되어야 한다. 문맹 문화만을 연구하는 분과로의 민족학은 인류학의 범위에 포함이 되어버리는 것이고, 문맹 문화만을 따로 떼어서 연구하는 학문 분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개념을 가지는 민족학이란 용어는 더 이상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사전에 나오는 이러한 설명은 수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민족학의 개념은 없어지고 민속학과 인류학의 두 분과가 서로 인접한 학문분야로 대응되고 상호 연관을 가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용어 ethnology의 어원론적 검토도 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민속학과 인류학으로 해석되는 '외국용어(외국어)'도 함께 검토를 해봐야 한다. 오늘의 한국 민속학은 한국에서 스스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외국의 학문적 영향 관계에서 시작을 한 것이다. 이때 학술용어의 번역 과정에 있어서 그 전문적 개념들이 올바르게 옮겨졌는가 하는 점을 검토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 외래용어의 개념과 해석

민속학, 민족학, 인류학 등의 용어들과 관계되는 외국용어는 대체로 영미권의 Folklore, Ethnology, Culture Anthropology, 독일어권의 Volkskunde, V lkerkunde, Ethnologie(펄크스쿤데, 펠커쿤데, 에뜨놀로기로 발음). 프랑스어의 tradition populaire(뜨라디숑 포퓰레르로 발음)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용어를 직역하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직역되지 않았다는데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의역을 했더라도 그 개
념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 중에 ethnology는 그 대표적인 것이 될 것이다. 전문용어의 경우 그 개념은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우리에게 없는 용어는 될 수 있으면 직역을 해야하고, 이때 그 용어가 나오게 된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배경을 잘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용어와 개념상 모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잘 알려있듯이 유럽권의 제 국가는 제국주의 이후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은 다른 유럽 제국과 달리 식민지도 별로 없었고, 통일국가를 이루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편 미국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러 인종이 함께 사는 다민족 국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설정한 민속학과, 인류학의 개념은 각기 달랐고 용어도 달랐다. 예를 들어 Culture Anthropology, Ethnology, V lkerkunde, Ethnologie는 모두 우리말로 인류학이 되지만 그 개념은 모두 다르다. 특히 Culture Anthropology(인류학 혹은 문화인류학)는 다른 용어와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이 된다. 이 명칭은 원래 미국적 개
념으로 식민지를 가지지 않았던 이들에게 어울리는 독자적인 용어인 것이다.

Ethnology와 Ethnologie는 같은 단어이지만 영국어와 독일어의 차이 이외에 그 개념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모두 희랍어의 Ethnos와 Logos의 합성어에서 변이 된 것이다. 그 의미는 Ethnos는 Ethnics/ V lker로 Logos는 Words, Speech, Knowledge / Rede, Kunde등의 영어, 독어의 의미로 각각 풀이가 된다. 여기서 Logos는 Kunde와 Knowledge의 의미로 우리의 학(學)과 같고, Ethnos는 다민족 혹은 인류의 뜻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합해보면 Ethnology와 Ethnologie는 Ethnic Knowledge(영어)와 V lkerkunde(독어)가 된다. 이를 그대로 직역하면 '다민족학'
혹은 '민족들학'이 된다. 모두 오늘의 '인류학'이다. 독어권에서 Ethnologie는 달리 표기해서 V lkerkunde이다. 한역(韓譯)하면 '다민족학' 즉 '인류학'이다. 인류학 개념인 Ethnology가 식민지를 많이 가진 영국에서 먼저 시작됐고 후에 독일로 들어와 사용되다가 이 Ethnologie (Ethnology > Ethnologie)가 후에는 V lkerkunde로 바뀌어 부르게 된다. 독일에서는 민속학과 인류학이 각각 Volkskunde와 V lkerkunde로 정립되어 있고 독일 각 대학에서도 전문 용어와 학과 명칭으로 이 용어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즉
Volkskunde는 우리말로 직역하면 '민족학'이 되고, V lkerkunde는 그의 복수형인 '민족들학' 즉 '다민족학'이 된다. 즉 '인류학'이 되는 것이다.

현재 독일어 사전에는 이것이 잘못되어 있다. 사전에서 V lkerkunde를 찾아보면 '인종학, 민족학'으로 되어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용어는 직역하면 '다민족학'으로 되어야 하고 의역하면 '인류학' 혹은 '인류민족학'이 된다. 그리고 Volkskunde는 '민속학'이 아니라 '민족학' 혹은 '국민학' 등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이를 '민속학'으로 풀이를
한 까닭은 독일어를 직역하지 않고 영미권의 용어 folklore를 한역한 단어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다시 folklore의 번역이 문제가 된다. 이 folklore의 번역도 제대로 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당장 이를 직역하더라도 '민속학'이 아니라 '민족학'이 되기 때문이다.
용어의 개념 설정에서 영국은 독일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즉 영국에서 민속학과 인류학은 독일과는 달리 folklore와 ethnology로 구분된다. 이 ethnology의 개념을 한층 확대한 것이 소위 미국의 개념인 Culthure Anthropology인 것이다. 미국은 그 나라에 적절한 학문 분과를 설정했고, 그래서 그 개념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Folklore를 기존의 풀이대로 해보면, folk는 민간, 서민으로, lore를 전승, 지식으로 풀어 '민간전승, 민간지식'이 된다, 곧 '민간학'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민간'은 민중이나 민족을 의미할 수는 있지만 '민속'으로 바꿀 수는 없다. '민간'을 '민중'이나 '민족'등으로 바꿀 수는 있지만 문화의 개념인 '민속'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folklore가 '민속학'으로 한역된 점은 적잖은 문제가 있다.

한편 folklore는 주로 언어적 민간전승 즉 신화·설화·민담 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해석은 실제로 영국의 민속학자들이 사용한 의미와는 많이 다르다. 언어적 민간전승에 역점을 두었던 민속학은 원래 독일의 민속학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림(Grimm)형제의 작업들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초의 독일의 언어적 민간전승의 개념이 영국으로 건너가서 그 폭이 확대되었다. 그래서 Thoms가
folklor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할 때에는 그 범주에 대단히 광범위하게 되었던 것이다. Thoms는 folklore를 민간에 전해지고 있는 전통적인 신앙·종교의례·속신·전설·민요·속담·풍속·생활양식·관습 등을 포괄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라 하였다. 또한 Thoms는 folklore라는 용어를 popular antiquities(대중의 구습, 전통), popular literature(대중문예)를 포괄하는 용어로 선택하였다고 했다. 이렇게 볼 때 영국의 folklore는 민속문화에 대한 인문적 관점에서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folklore를 다시 한번 정확하게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Folklore는 folk와 lore의 합성어이다. Folk는 독어의 Volk(민족, 국민)와 같고(영어의 f와 독어의 v는 서로 호환된다. 예를 들어 영어의 father는 독어의 Vater와 같다). lore는 희랍어의 logos(학)에서 변이 된 것이다. 즉 lore는 learn과 같고 learn 은 독어의 lehre와 같으며, lehre는 Kunde(학=學)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folklore는 Volkskunde와 같은 것으로 그대로 '민족학', '국민학'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Folklore는 원래 '민속학'이 될 수가 없었다. Folklore의 folk가 어떻게 '민간문화' 즉 '민속'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뜻 그대로 '민족'과 '민간'을 의미한다. 기존의 풀이대로 해도 folklore는 '민간'과 '지식'이 되어 '민간학'이 되는데, 이는 앞에서 풀이한 '민족'과 '학'의 합성어인 '민족학'과 같은 계열의 것이다.

이런 개념상의 혼란은 개념적 혼란 이상의 문제를 야기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문화인류학회'가 결성될 때의 상황을 들 수 있다. '한국문화인류학회'가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그 혼란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초창기 민속에 대한 연구 목적과 방법이 확고하지 않을 때, 민속학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해서 민속학을 연구할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구체화하여 마침내,
민속학과는 차이가 있는 '문화인류학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민속학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문화인류학회를 만들어 민속학을 문화인류학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이었으니 이는 당시 참여한 학자들이 민속학과 문화인류학의 학문적 한계를 혼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속학의 발전을 도모하려 했던 의도와는 달리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오늘날 대학에 분포된 민속학과와 인류학과의 학과 개설 비율에서 보이듯이 민속학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뒤지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상 이런 발상은 원래 성립할 수 없었고, 오늘날 이들이 양분되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학문 상호간의 영역을 착각한데서 비롯되었다. 학문 분과에 대한 분명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데서 초래된 것이다. 또 '한국문화인류학'이 한국의 민속을 조사 연구했던 것 역시 개념 혼동의 소산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민속학'과 '민족학' 그리고 '인류학'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모두 모호했다는 지적은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당시 식민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인류학이라는 학문을 서구인들처럼 어디에 활용할 대상도 없었다. 그럼에도 식민지학으로 불리웠던 '인류학'과 '문화인류학'이 '민
속학'보다 일찍 학과를 개설하게 된 것은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당시 우리에게 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소위 '민속학과'의 개설이었다. 그것도 영국식의 folklore적 개념이 아닌 독일의 Volkskunde적 개념의 '민속학과'가 개설되었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독일의 민속학이 Volkskunde가 된 까닭은 당시 통일을 이루지 못한 독일의 내부 사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독일의 Volkskunde는 민족의 결성과 민족의식의 고취를 위하여 민족의 고유문화를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이것은 당시 독일에서 민속학의 분야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철학·교육학·언어학·역사학·법학 등도 그랬고, 특히 19세기의 독문학은 민족적인 학문의 한 분야가 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문화의 시
원을 찾고자 하는 일환으로 고급신화와 저급신화에 대한 연구는 민속학을 고대문화사의 한 영역으로 편입이 되게 하였다(고급신화의 연구는 J. W. Grimm형제가, 저급신화는 W. Mannhardt가 했다). 당시의 이런 분위기는 더 고조되었고 리일(W. H. Riehl)은 나아가 민속학을 중요한 '국가학의 한 분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것은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달려 있었던 문제였다. 독일의 민속학을 곧잘 나치
즘과 관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의 민속학적 특징이 나치즘으로 곧장 연결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후 나치정권 하에서 민속학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는 다른 학문분야와 마찬가지로 시대적 운명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독일의 민속학이 적어도 나치적 개념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민속학은 자기 나라의 사정에 따라 알맞게 정리가 되는 것이다. 영국에서 folklore가 영국문화 대상의 순
수인문학으로 정착할 수 있던 것은 사정이 독일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인류학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제국들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인류학적 연구를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는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씩 달랐다. 오늘날 인류학에 대한 개념이 다르게 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영국과 독일의 Ethnology와 V lkerkunde는 그 개념이, 엄밀한 의미에서 다르다. 독일에서는 Ethnology의 개념이 아닌 V lkerkunde의 개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 비해 식민지를 갖지 않았던 미국의 경우는 이들 유럽의 용어를 사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Culture anthropology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미국은 인디언과 흑인, 그리고 동양계와 각 유럽국가의 다수 민족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ethnos의 개념인 '인류학'과 '인종학'으로 방향을 맞추기보다는, '인간학'인 anthropology〔Anthropo(인간) + logos(학)〕를 사용하여 이들 인간의 문화를 다루는 학문, 즉 Culture anthropology(문화 인간학, 문화 인류학)의 명칭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용어도 엄밀히 따지면 '인류학'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민속학은 영국의 용어 folklore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초기에 미국에서는 민속학의 활동이 민간문예, 즉 인디언과 인디오, 남부의 흑인 및 유럽인들의 민담과 민간전승물들을 주로 다루었다. 오늘날은 그 영역을 확대하여 문화인류학과 함께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민속학과 인류학과의 경계문제를 놓고 끊임없는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인류학이 인간과 문화의 보편
적인 관계를 연구하는 거시적 문화 학문이라면, 민속학은 미국의 민속연구와 함께 미국문명과 미국역사를 정하여 놓고 연구하여야 하는 민족 문화의 한 부류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문화인류학의 경우 이러한 순수한 입장을 저버리고, 인류학자들은 현대판 '미국식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방대한 세계 민족지(民族誌) 자료를 국가에 제공하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식민정책 일환의 학문이라는 고유한 속성을 지닌 유럽의 인류학 역시 변함이 없다. 결국 학문은 나라가 처해진 입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순수한 입장은 정해진 테두리가 전제되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또 한가지 염두에 둘 것은, 이러한 학문 분야는 사회의 변동에 따라 같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학문 분야 자신의 자구 노력일 수 있다. 학문은 시대가 변하면서 자신의 입지도 달라진다. 즉 민속학이 인문학적 과거학으로 출발을 하였든, 민족적 자각을 위한 민속연구로 출발을 하였든지 간에 오늘날의 산업화는 너무도 빠르게 변하여 과거의 '민속학적 순수의 의도'를 계속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소위 전통적으로 '민속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희미해지고 문화는 변화하며, 의식과 가치관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민속학이 당면한 이런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도에서, 오늘날 세계의 민속학계는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그 동안 한국에서도 민속학의 개념에 대한 논의를 거듭해왔던 것이다. 이런 자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개념과 명칭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아니면 현재의 당면한 조건을 우선으로 하여 정할 것이냐 아니냐하는 문제는 우열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 민속학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재고하는 마당에서 우리의 민속학은 우리의 상황을 올바르게 고려를 하였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반성을 할 점이 없지 않다. 우리 민속학의 출발은 이미 앞에서도 밝혔듯이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이것은 영미 쪽의 민속학인 folklore의 개념보다는 독일 쪽의 민족학인 Volkkunde에 더 가까운 것이었어야 됐었다. 당시 우리가 취해야 했던 용어는 '민속학'이 아니라
'민족학'이 되었어야 했다. 그리고 오늘의 민속학은 과거학이 아닌 현재학으로, 잔존문화학이 아닌 대중문화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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