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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속강좌

[김태곤 교수]3. 성무과정

7,175 2017.11.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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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과정

무당이 되기까지의 성무과정(成巫過程)은 강신무와 세습무가 각기 차이가 있다.

가) 강신무의 성무과정

영력을 지닌 강신무는 성무 시초에 반드시 신병을 체험한다. 신병체험은 무당이 영력을 획 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신이 내리면 정신이상 증세가 오고 신체상에도 질환증세가 나타나 장기간 극심한 고통을 겪 게된다. 신병은 꿈이나 외적 충격에 의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까닭없이 우연히 시 름시름 앓게 시작한다. 그 증세는 실로 다양하다. 신체상의 고통에서부터 정신상태의 불안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질환증세가 나타난다. 식욕부진·소화불량·편두통을 비롯한 편증·혈 변·하혈 등 온갖 증세가 장기간 계속되고 정신이 혼미하여 안정이 되지 않는다. 꿈이 많아 지고 꿈 속에서 신과 접촉하는가 하면 꿈과 생시의 구분이 흐려지며 이 상태에서 생시에도 신의 허상·환각·환청을 체험한다. 이런 증세가 심해지면 미쳐서 집을 뛰쳐나가 산이나 들·거리를 헤매며 중얼거린다. 이른바 미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정신이상의 질환 으로 돌입하는 예도 있으나 대부분 신체의 질환으로부터 정신질환으로 옮겨간다.

신병은 의약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믿으며 몸에 실린 신을 받아 내림굿을 해서 무당이 되어야 낫는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내림굿을 해서 이런 증세가 나앗다고하여 무당을 그만두면 이 증세가 재발하므로 무당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이는 신이 시키는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신병은 일반 정신병과 달리 종교성을 지닌다. 신병을 체험하면서 무당이 될 수 있는 영력(靈力)을 획득하여 신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식 무당이 되려면 큰 무당에게 내림굿을 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무제의(巫祭儀)를 치르게 된다. 내림굿을 하여 신을 정식으로 받은 강신자는 내림굿을 해준 무당을 선생으로 맞아 그 를 따라 다니며 굿 기능을 익히고 점차 무당으로 독립한다. 선생 무당이 여자면 신어머니, 남자면 신아버지로 모시며 신계조직(神系組織)이 성립된다. 무당이 되면 무복(巫服)과 무신 도(巫神圖)를 비롯하여 각종 무구(巫具)를 장만하는데 큰 무당일수록 이런 것들이 다양하다. 무장비들은 마음대로 장만하는 것이 아니다. 신의 계시대로 차근차근 장만한다. 신의 계시를 받아서 무당이 쓰는 방울·제금·신칼·무신도·무복 등의 성물(聖物)을 땅 속 에서 발견하는 예가 종종 있다. 성물을 발견하기 전에는 대개 현몽이 있는데 신이 지시한 곳에 가서 땅을 파보니 무구가 나왔다는 사례는 흔하다. 또는 강신자가 산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하는 수도 있고 무작정 발이 닿는 곳으로 달려가 무구가 묻혀있는 곳을 찾는 경우도 있 다.

원래 무당이 쓰던 물건은 대를 물리거나, 물려줄 사람이 없으면 불에 태우든지 땅에 묻는 것이 관례이므로 이렇게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성물의 습득은 미궁의 험한 길을 통과하거 나 감추어진 신기(神器)를 찾는 시험, 말하자면 한 차원에서 또 다른 차원으로 새롭게 탄생 하는 종교적 통과제의(通過祭儀)의 의미가 있다. 신병을 앓고 신비한 체험을 하며 성물을 습 득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통해 범속한 세속의 인간이 신권자(神權者)로 새롭게 재생한다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존재가 바로 무당이다.

나) 세습무의 성무과정

신이 내리는 신병을 체험하여 영통력을 얻는 강신무와는 달리 세습무는 조상 대대로 혈통을 따라서 사제권이 세습된다. 

세습무는 사제권의 소유자와 무계혼(巫系婚)으로 결합한 뒤 학습을 통해 성무한다. 강신무의 경우 성무동기는 강신인 데 비해 세습무의 성무동기는 사제권의 혈연적 세습인 것이다. 사 제권은 부계를 따라 계승되지만 굿은 여자가 하므로 여자가 사제권을 소유한 남자와 혼인하 는 것이 단골[무당]이 되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혼인을 하게 되면 남자의 어머니인 시어머 니 단골이 며느리를 굿판에 데리고 다니면서 굿 기능을 가르쳐 완전한 무당을 만든다. 호남 의 단골에게는 각각 단골판이라는 일정한 관할구역이 있다. 단골판 안에서의 제의나 사제권 은 단골판의 소유권과 함께 혈통을 따라 대대로 세습되고 이 사제권의 계승에 따라 단골이 된다.

단골판 안에는 다른 단골이 들어가 굿을 할 수 없으며 남의 단골구역을 침범해서 굿을 하다 가 들키게 되면 그 관할구역의 단골에게 무구를 빼앗기고 심한 매를 맞는 등 무당 상호간의 규제가 엄하다. 단골무가 다른 곳을 이사갈 때에는 단골판을 팔고, 새로 이사간 곳에서 굿을 할 수 있는 단골판을 사야 굿을 할 수 있다. 또 사정이 있어서 단골무당이 굿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단골에게 단골판을 전세로 놓는다. 오늘날 세습무는 드물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세습무가 있고 그 밖에 산발적으 로 존재한다. 특히 봉건사회가 붕괴되면서 세습무는 급격하게 단절되었다. 과거, 무당은 무 당끼리 혼인하여 가계를 계승하였으나 봉건사회 붕괴 후 신분제도가 해체되고 직업도 자유 롭게 선택할 수 있어 무당이 아니어도 된다. 강신무라면 신의 소명이어서 어쩔수 없이 무당 을 해야겠으나 세습무의 경우 무당을 하지 않고 다른 생업을 택할 수 있다. 전혀 색다른 것 을 할 수도 있겠으나 소리나 춤과 같은 예능계통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중 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세습무들은 전문 사제자로 활동하면서 아울러 민속예술의 전승자로 서의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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